제1~7 시집 수록 시편/제5시집 그늘의 정체[2014]

[시] 나팔꽃 1 / 김주완 [2008.07.25.]

김주완 2008. 7. 25. 20:19

 


[시]


     나팔꽃 1 / 김주완


가파른 외줄을 타고 밤새워 올라왔는데

살이 파이도록 감고 감으며 올랐는데

뽀샤시한 얼굴 활짝 열고

이른 새벽부터 환하게 기다렸는데

부~부~ 소리 없는 나팔 불며 신이 났는데

막상 그대 오시면

펄펄 끓는 불덩이로 다가오시면

나는 배배 시들고 마네요

사랑 한번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초라한 몰골이 되어 버리네요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