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침묵하는 바람 1 / 김주완 [2008.02.15.]

김주완 2008. 2. 15. 17:34


[시]


 침묵하는 바람 1 / 김주완

 

눈석임물 고드름으로 얼다 녹다 하던 겨울 한낮 바람 잠든 날 어미는 이불 홑청 뜯어 날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쥐오줌 얼룩진 이부자리를 마당에 내다 건다, 밤새 주사 부리던 아비가 우거지상을 하고 댓돌 위로 나선다, 담장 너머 하얀 들녘을 화난 듯이 내다보는 얼굴색이 조금 구겨졌을 뿐 그저 천연덕스럽다, 아무도 아비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다, 다시 일 바람이라 잠든 바람 반갑잖다, 무심할 뿐이다,


불면 불안하고 자면 더 불안한 바람, 잠시 잠든 사이 고드름이 조금 더 길어졌다간 부러진다 툭, 떨어져 부서지는 고드름 소리가 둔탁하다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