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요가 교실 8 / 김주완 [2008.01.25.]

김주완 2008. 1. 25. 17:01


[시]


      요가 교실 8 / 김주완


산에는

여우 승냥이 멧돼지가 함께 산다

더러 사슴도 살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영역을 나누어서 산다

같은 산에 살기에 그들은 친구다

그러나 서로 다르기에 똑 같이 살지는 않는다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하는 짓거리에 속이 뒤집혀도

주는 것 없이 밉상스럽더라도

저마다는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도 내색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그렇게만 알고 지낸다

그래 그렇게 살아라, 사는 만큼 살아라


늘이고 당겨서

구부리고 기울여서

비틀고 풀어서

똑 같이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제대로 살아가는 것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더 큰 집에 녹아드는 길 뿐이다

산도 들도 바다도 아닌 더 크고 넓은 집 속에

저마다의 작은 집을 헐어서 드는 방도方途 뿐이다

끝도 없이 그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자들

요가 교실에 모인다


요가는

갇힘으로써 벗어나는 일을 꿈꾸는 자들

울타리 안에서 밖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자들

시푸른 삶으로써 어둔 죽음을 맞바꾸고자 하는 자들

그런 사람들이 가는 숲 속의 산길이다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