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요가 교실 8 / 김주완
산에는
여우 승냥이 멧돼지가 함께 산다
더러 사슴도 살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영역을 나누어서 산다
같은 산에 살기에 그들은 친구다
그러나 서로 다르기에 똑 같이 살지는 않는다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하는 짓거리에 속이 뒤집혀도
주는 것 없이 밉상스럽더라도
저마다는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도 내색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그렇게만 알고 지낸다
그래 그렇게 살아라, 사는 만큼 살아라
늘이고 당겨서
구부리고 기울여서
비틀고 풀어서
똑 같이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제대로 살아가는 것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더 큰 집에 녹아드는 길 뿐이다
산도 들도 바다도 아닌 더 크고 넓은 집 속에
저마다의 작은 집을 헐어서 드는 방도方途 뿐이다
끝도 없이 그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자들
요가 교실에 모인다
요가는
갇힘으로써 벗어나는 일을 꿈꾸는 자들
울타리 안에서 밖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자들
시푸른 삶으로써 어둔 죽음을 맞바꾸고자 하는 자들
그런 사람들이 가는 숲 속의 산길이다
<20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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