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내 안의 철새 1 / 김주완 [2007.10.19.]

김주완 2007. 10. 19. 10:05

[시]


    내 안의 철새 1 / 김주완

 

 

때가 되면 날아 올랐다

구만리 높은 하늘 상층기류에 몸을 실었다

거센 바람을 안고

차오르는 열기 식히며

한 계절 의탁할 곳으로 옮겨갔다


때가 되면 돌아왔다

넓은 모래밭으로 그림같이 내려앉았다

낮은 곳에 머무는 일용日用할 양식

다시 한 시절 살아야 할

잠시 머물 강안江岸이 거기 있었다


강은 늘 엎드려 있었고

하늘은 또 높이 떠 있었다

잡지도 떠밀지도 못하면서

그냥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강물 같은 울음만 내 속에서

숨죽인 채 저만치 흐르고 있었다


날아가면 가는대로

내려앉으면 앉는대로

내 안의 철새는 약동하는 자유였고

나는, 헌 집 같은 침묵이었다

 

                            <200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