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인터넷뉴스는 칠곡 왜관 태생인 대구한의대 김주완 교수(철학박사)의 아침 산필을 매주 토요일 싣기로 했습니다. 왜관초등(47회), 순심중(17회)을 졸업한 김주완 교수는 1984년 시인 구상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는데 현재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구상문학관 시창작교실 지도강사, 구상문학관 시동인 ‘언령’ 지도교수, 대한철학회장 등 왕성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1)>
문향 칠곡
김주완
문향 칠곡 ― 칠곡이 아직 이렇게 불린 적은 없다. 칠곡의 특성을 나타내는 관형사로서 ‘문향(文鄕)’이 쓰인 적이 아직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칠곡은 반드시 이렇게 불릴 것으로 예감된다. ‘문학의 고장’, ‘시의 고장’이 될 잠재력을 칠곡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칠곡군에는 구상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기준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문학관은 30개소이다. 그 중의 8개소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고 나머지가 각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대구ㆍ경북에는 3개소의 문학관이 있다. 안동시에 이육사문학관이 있고 경주시에 동리ㆍ목월문학관이 있으며 칠곡군 왜관읍에 구상문학관이 있다. 가까운 대구는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학관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칠곡군은 대구ㆍ경북에서 최소한으로 쳐도 3위에 해당하는 문학의 고장이다.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문학관의 규모는 다양하고 운영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작고문인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주종을 이루지만 문인들의 문학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곳이나 장르별 문학관도 상당수 있다. 그 운영방식도 개인이나 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곳이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하여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재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전자 보다는 후자의 운영이 보다 튼실할 수밖에 없다. 칠곡군은 구상문학관에 지방공무원을 배치하여 이른바 직영을 함으로써 내실을 기하고 있다. 구상문학관의 시설이나 소장 자료도 어느 문학관에 뒤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 천 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시창작교실과 수필창작교실을 개설하고 있고 각종 문학행사의 규모와 종류에 있어서의 외연도 넓혀가고 있다.
다음으로 칠곡군은 문학인구의 수가 다른 어느 시군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칠곡문협을 위시한 각종 문학단체가 7~8개에 이른다. 시, 시조, 수필 등에 매진하는 기성문인과 예비문인의 수가 어림잡아도 150여명에 육박한다. 시인이 단연 주종을 이룬다. 신예문인들이 매년 10여명 이상 등단하고 있기도 하다. 전국 평균을 추정하여 보면, 예비문인을 포함하여 대략 인구 5천 명 당 시인 1명꼴이 될 것이다. 그 비율을 칠곡군에 대입하면 12만 군민 중에서 시인은 24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칠곡군의 시인은 그러한 기준의 다섯 배 이상이 된다. 구상문학관에서 개설하는 문예창작교실이 지속적으로 개설되는 한 이와 같이 문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리라고 본다. 그러니까 전국의 시ㆍ군 단위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문인들이 터 잡고 있는 곳이 바로 칠곡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칠곡에는 문학공부의 열기가 대단하다.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다. 연간 40주의 강좌가 시창작교실 2개 반, 수필창작교실 1개 반에서 쉼 없이 이어진다. 칠곡군 주민들은 문학을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이들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연중무휴로 강의실 문이 개방되어 있는 것이다. 대구, 구미, 김천, 성주, 군위 등의 인근지역에서도 문학을 지망하는 일반인들이 달려오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과 신앙생활, 번다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결석 없이 수강생들이 모여든다. 연령의 폭도 넓어서 30대에서 70대까지 노소동행하고 있다. 기성문인들도 자기세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에 참여하여 예비문인들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자신의 문학적 발전을 도모한다. 남성 보다는 여성이 문학공부에 몰두하기가 용이한 처지인지라 여성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아직 등단하지 않은 수강생의 경우에도 작품의 수준이 아주 높고 창작기량이 특출한 분들이 상당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칠곡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시인들이 줄줄이 배출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곳이다.
어떤 사람들은 ‘구상문학관이 들어오고 난 후에 칠곡에는 시인이 너무 많아졌다’고 한다. 이 말은 물론 냉소를 함의하고 있음을 안다. 시인의 숫자만 많아졌지 제대로 된 시인은 많지 않다는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과연 빈정거리기만 할 일인가? 군계일학이라고 했다. 시인이 많다 보면 불세출의 걸출한 시인도 나오기 마련이다. 정확한 출처를 찾지는 못했지만 중국 당나라의 시선(詩仙) 이백의 시절에는 백성의 80프로가 시인이었다는 설도 있다. 물론 80프로의 백성이 모두 시인은 아니었겠지만 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일 게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시인이 많았던 시절이나 문화가 꽃 피었던 시절 중에서 태평성대가 아니었던 때는 없었다. 시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앞으로 칠곡군 거주 시인은 지금의 열 배, 백 배로 늘어나도 상관이 없고 다다익선이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3월 이후 지금까지 나는 구상문학관 시창작교실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왜관이 안태고향이라는 이유와 어쩌다가 내가 구상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연유로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지난해는 3월부터 8월까지 22주의 정규과정 강의가 끝난 후 연말까지 19주를 자원봉사로 스터디를 이끌어 왔다. 그리고 2008년 1~2월엔 다시 계속해서 9주간의 스터디를 자원봉사로 이어갔다. 이 시기엔 매주 4시간씩의 수업을 강행했다. 2008년 3월 이후엔 40주의 정규강좌를 맡아 현재 강의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부터 공부하던 수강생 3명이 한국시단에 등단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단시인이 나올 것이다. 역량 있는 신춘문예 지망생들도 여러 사람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칠곡의 이름을 빛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이 글을 쓰는 바로 이 공간을 통하여 칠곡 문인들의 명시를 짬짬이 소개 할 예정이다. 아니 소개라기보다 독자들과 같이 읽고 같이 감상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기회가 또한 칠곡의 문학인구 저변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등단 여부를 떠나 좋은 시 중심으로 선정하여 한 편씩 감상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시인의 곡진한 삶의 정수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고 독자에게는 신선한 감흥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순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나는 문향칠곡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도농복합 물류중심 도시’라는 군정목표가 아무쪼록 잘 이루어져서 고향인들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와 동시에 한국 최고의 문학의 고장, 시의 고장으로서 칠곡군의 위상이 정립 되어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떨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고향 사람 칠곡인들이 정서적ㆍ정신적으로 풍요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칠곡이 ‘문향’이라는 이름으로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게 되기를 간구한다.
<약력>
칠곡 왜관 출생
왜관초등(47회) / 순심중(17회)
시인(구상 선생 추천으로 1984『현대시학』등단)
철학박사 / 대구한의대 교수(현)
구상문학관 시창작교실 지도강사(현)
구상문학관 시동인 ‘언령’ 지도교수(현)
대한철학회장 / 한국동서철학회장/새한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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