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부채 1 / 김주완 [2007.08.10.]

김주완 2007. 8. 10. 14:48

[시]


              부채 1 / 김주완


대오리로 결은 할머니 낡은 부채는

여름밤 내내 바람을 일으켰다, 날벌레

멀리 맴도는 깜깜한

마당가 살평상 위로 설렁설렁 이는 바람은

해변의 파도처럼 어린 내 몸을 건너갔다

파도자락 끝으로 파닥이던 몇 마리의 바다고기

은빛 비늘이 하늘로 떠올라

별 사이 별똥별이 되어 흐르는

반딧불이 오싹했다

어둔 감나무 아래 툭 툭

땡감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깜짝

마당 귀퉁이가 흔들렸다, 바람에 밀려

모깃불 연기 쓰러질 듯 일어서는 사이로

휘청 빠져나오는 설마른 쑥향

마른 메주 같은 할머니 손가락으로 묻혀준

서늘한 침에 모기 독 삭자, 웅얼웅얼

자장가에 살갑게 묻어오던 황토 냄새...

먼 파도소리 자륵자륵 들으며 가물거리던 졸음 끝,

어린 나는

아침이면 대청마루 모기장 속에 누워 있었다

 

                                                                 <200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