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채 1 / 김주완
대오리로 결은 할머니 낡은 부채는
여름밤 내내 바람을 일으켰다, 날벌레
멀리 맴도는 깜깜한
마당가 살평상 위로 설렁설렁 이는 바람은
해변의 파도처럼 어린 내 몸을 건너갔다
파도자락 끝으로 파닥이던 몇 마리의 바다고기
은빛 비늘이 하늘로 떠올라
별 사이 별똥별이 되어 흐르는
반딧불이 오싹했다
어둔 감나무 아래 툭 툭
땡감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깜짝
마당 귀퉁이가 흔들렸다, 바람에 밀려
모깃불 연기 쓰러질 듯 일어서는 사이로
휘청 빠져나오는 설마른 쑥향
마른 메주 같은 할머니 손가락으로 묻혀준
서늘한 침에 모기 독 삭자, 웅얼웅얼
자장가에 살갑게 묻어오던 황토 냄새...
먼 파도소리 자륵자륵 들으며 가물거리던 졸음 끝,
어린 나는
아침이면 대청마루 모기장 속에 누워 있었다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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