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파문 2 / 김주완
대중목욕탕, 한산한 탕 속에서 문득 목격했다. 높은 보꾹에 맺힌 수증기 방울이 급전직하, 탕 속으로 투신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뚜욱, 뚝, 물방울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규칙적으로 떨어졌고 수면은 그 때마다 몸을 열고 물방울을 받아 들였다. 충돌의 진통으로 수면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둥글게 연 몸이 점점 크게, 더 멀리 번져나갔다. 수면은 휘청거리며 현기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 아무리 부드럽게 받아 안아도 부딪치는 것은 부서진다, 그러나 파열의 순간은 눈부시게 황홀하다. 튕겨져 올랐다가 다시 흩어지는 저 장엄한 산화,
부서진 물방울의 살점들, 점점이 떨어져 수심 가장 깊은 곳으로 꼬리를 흔들며 파고들자, 보일 듯 말 듯 물의 배가 부풀어 올랐다.
―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불안하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내밀한 몸을 스스로 연다. 내 준 자리만큼 은은한 육신 부풀려 자신을 키우고 또 나눈다.
평정을 되찾은 수면에는 찢어지는 고통이 사라졌을까. 물은 지금 해산 날짜를 세고 있는 것일까.
<200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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