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땅으로 기다 2 / 김주완 [2010.12.24.]

김주완 2010. 12. 24. 18:34


 

[2011.10.31. 『시와 수필』16호 기고]

 

[시]


   땅으로 기다 2 / 김주완


떨어질 리 없다

기어오르다가 미끄러질 리도 없다

눈이 없는 지렁이

위를 올려보지 않으며

땅으로 긴다


암수한몸이지만

몸이 시키는 대로

끌리는 상대를 찾아

타가수정을 한다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이라야

겨우 바깥나들이를 하는

놈들의 야행성이 눈에 띄면

더럽고 징그럽다고 질겁을 한다,

포식자이면서도 아닌 척 하며

땅으로 기는데 이력이 난 사람들이


땅속의 박테리아나 먹으면서 살다가

어느 날 오소리의 먹잇감이 되고 마는

지렁이, 먹이사슬의 바닥에서

밟히면 꿈틀거리면서

살아있기에 땅으로 긴다

 

                                             <201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