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가지 2 / 김주완 [2010.10.22.]

김주완 2010. 10. 22. 13:48


[시]


       가지 2 / 김주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낙동강변으로 67번 국가지원지방도가 새로 뚫렸다. 군청에서는 강변대로라는 새 이름도 붙여 주었다. 강둑을 따라 남북으로 내달리는 왕복 4차선의 새 도로에는 울타리가 쳐지고 두세 군데 육교도 생기고 왜관구철교와 왜관교, 경부선 기차철교 위로는 거대한 고가 도로가 까마득하게 세워졌다. 강변도시였던 왜관 시가지는 이로써 낙동강과 완전히 단절되고 말았다. 높은 방음벽이 자동차 소음을 눈덩이처럼 뭉쳐서 위로 던져 올리고 사람들은 이제 강가에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시가지를 종으로 관통하던 옛날 지방도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름을 빼앗겨 버렸다. 군청으로부터 2번 도로길이라는 왜소한 이름을 대신에 얻었다. 한때 4번 국도라는 큰 이름을 가진 때도 있었는데..., 줄기가 가지로 바뀌어버린 옛날 도로, 가슴 쓰리고 아프겠다. 오래 전에 빼앗긴 4번 국도라는 이름이나 새로 난 67번 국지도라는 이름 또한 1번 고속국도의 가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면 2번 도로길은 잠시 위로가 될까, 아니지, 알지도 못하겠지.


옛날 도로는 가지 도로, 새로 난 도로도 가지 도로, 줄기가 곁가지 되는 간선지선幹線支線, 흥망성쇠는 세상의 이치거니.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