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귀 1 / 김주완 [2010.08.27.]

김주완 2010. 8. 27. 15:28

[시]

 

        <언령 5집 수록>

 


       귀 1 / 김주완


귀는 바쁘다


벚꽃 벙그는 소리부터

봉숭아 씨 터지는 소리

봄강에 달빛 부서지는 소리

감꽃 떨어지는 소리

둥근 그물 가운데 자리잡은

호랑거미의 더듬이다리 떠는 소리

몸을 던져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파도 소리

산골짜기 낙엽 구르는 소리

들마루 밑 귀뚜리 우는 소리

한겨울 얼음장 쩡쩡 갈라지는 소리까지


잠든 젖먹이 새근새근 숨 쉬는 소리부터

아이들 굴렁쇠 굴리는 소리

자장면 배달 가는 오토바이 소리

미끄러지듯 달리는 자동차, 선박, 기차 소리

구름밭을 빠져나가는 비행기 소리

청보리밭에서 나는 인기척 소리

어둠을 좌르륵 찢는 비명 소리

서늘하게 영혼을 적시는 노래 소리

가랑거리는 할아버지의 숨결 소리까지


세상의 온갖 소리들이 흐르다

흐르다 끝내 거기로 모이는

호수,

귀는 바쁘다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