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잠자리 3 / 김주완 [2010.08.20.]

김주완 2010. 8. 20. 11:27


[시]


잠자리 3 - 교미交尾 / 김주완


짝짓기를 하기 전에 잠자리는 수컷의 꼬리가 암컷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물가를 저공비행한다 수면 위를 퐁퐁 뛰면서 즐기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낚아챈 두 개의 개체가 일직선이 되어 편안한 동질감을 맛보는 시간이다 대를 이어 자기를 남길 곳을 함께 찾는 공중 탐색이다 뜻을 합하는 교감交感이다


본격적인 짝짓기는 수련잎 위나 풀잎 줄기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된다 먼저 다리를 구부리고 굳건히 자세를 잡은 수컷이 암컷의 목덜미를 움켜쥔 꼬리로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낸다 암컷은 앞가슴마디를 벌려 세 쌍의 다리로 수컷의 꼬리를 끌어안고 등을 최대한으로 둥글게 구부린 후 뒤집혀진 온몸이 허공에 뜬 채로 꼬리 끝의 생식기를 수컷의 배에 있는 생식기에 들이댄다 말 그대로 꼬리와 꼬리가 둥글게 이어지는 교미交尾이다 변형되어 더욱 아름다운 하트 모양이 된다 공중급유를 하는 항공기의 파이프처럼 연결된 꼬리와 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생명의 벼름이며 교류交流이다 사랑의 완성인 교미의 떨림은 한참동안 파문으로 번져나간다 먼 산이 가볍게 흔들린다

 

법열에 떠는 성스러운 짝짓기 의식이 끝나고 나면 암컷은 충만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생식물이나 물속에 알을 낳는다 쏟아내 듯 줄줄 알을 낳는다 그리고는 금방 죽고 만다 할 일을 다한 생의 장렬한 종지부, 영원한 잠자리에 드는 잠자리, 온데로 돌아간다

                                                                                             <2010.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