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08.12.01. 『언령』 제3집 수록>
<2011.10.28. 『칠곡문화』제7호 기고>
가을안개가 지나는 왜관 점경 / 김주완
강을 품고 있는 이 도시엔 안개경보가 자주 내린다
말발굽 소리도 없이 야음을 틈타 도강한 기마군단의
젖은 갈기 사이로 뿜어내는 말馬들의 자욱한 숨결이
순식간에 도시를 덮어버리면
안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모래알을 씹는 듯한 이름, 왜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혀에 박힌 생선가시 같은
담장 높은 캠프캐럴이 궁금해도 어쩔 수 없다
격전지 자고산과 구철교는 잠시 추안거秋安居에 들어간다
웃개와 아랫개, 갱빈에서는
맨발로 나선 사람들이, 사라진 과수원 길로
흘러내린 날들을 버려둔 채 달려가고 있을까
자갈이 뒹구는 비포장 도로 위로
덜컹덜컹 끌려오는 소달구지 소리가 들린다
구장터 쯤에서 날아오른 장꾼들의 우렁우렁 말소리가
안개 속으로 녹아내린다,
안개가 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정오쯤 되자
여우골에서 수도원 앞으로 뚫린 새길의 은행나무
줄 지은 가로수가 샛노랗게 물들었다
안개 속에서 이루어진 은밀한 채색이다
금방 벗기 위하여 차려입은 곱디고운 성장盛裝,
노랗게 질린 얼굴로 떠나는 모습은 슬프다
순수를 향하는 눈부신 길목
떨어지기 직전의 자태는 그러나 성스럽다
밤실 사람들의 밤 수확은 끝이 나고
숲데미산의 숲 그늘은 가벼워졌을까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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