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씨앗 2 / 김주완
외할머니는 꽃씨 주머니가 있었다. 무명천으로 만든 중지 세 마디 길이의 깜찍한 주머니를 몇 개, 겨우내 시렁 끝에 매달아 두었다. 주름마다 하얀 먼지가 앉은 그 주머니를 열고 봄이면 우물가에 꽃씨를 심었다. 싹이 나고 자라올라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과꽃, 분꽃, 맨드라미, 봉숭아 꽃나무가 대롱대롱 소복소복 꽃을 피웠다. 울긋불긋 우물을 둘러싼 꽃밭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준 만큼 실한 씨앗을 해마다 꽃씨 주머니에 따 담던 외할머니 ― 어쩌다 씨앗을 받지 못한 해에는 가까운 일가집에서 꽃씨를 빌려 왔다는 비밀스런 그 얘기, 나는 장성한 후에야 알았다.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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