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강 1 / 김주완
봄을 맞은 강심에서 배를 멈춘 사내는 뱃전에 앉은 가마우지를 차례차례 물속에 투하했다, 놈들은 모선을 따라 앞다투어 헤엄쳤다, 사내가 긴 장대로 놈들을 흩어놓자 가마우지 군단은 일제히 물살에 내리꽂히며 잠수했다, 잠시 후 저만큼 앞에서 물을 박차고 솟아나온 놈들, 갈고리형 긴 부리에 황금빛 비늘 번쩍이는 잉어가 물려 있다, 사내가 뜰채로 낱낱이 잉어를 거두자 놈들은 뜰채 테두리에 앉아 푸득거리며 균형을 잡았다, 푸른 자주색 광채가 나는 놈들의 죽지, 반사된 햇빛이 하늘 끝으로 섬광처럼 솟구쳐 올랐다, 가마우지는 초록 눈동자만 번득였다,
온몸이 간지러운 봄강이 연한 속살을 부르르 떨었다, 배가 기우뚱했다, 잉어를 낚아채는 사내의 무심한 팔뚝에서 푸른 정맥이 꿈틀거렸다, 강둑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에 강아지풀이 간들거렸다, 몸을 연 봄강, 황홀하다,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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