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간 [한국시] 2011-4월호(통권 264호) : 2011.04.01. 발표>
덕담 4 / 김주완
지난 초봄 시베리아 우수리강으로 돌아갈 때 해평습지는 말했다. “열심히 날면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나만 믿고 다시 와.”
재두루미는 철석같이 그 말을 믿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무리지어 구만리 하늘을 날아 그해 늦가을 다시 찾은 해평습지는 준설토가 높이 쌓여져 있었고 강물이 두텁게 얼어 있었다. 환경단체에서 볍씨를 뿌려주었지만 재두루미 가족은 자꾸 배가 고팠다. 고병원성 AI가 돈다고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내년 3월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리운 우수리강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점점 탈진 상태가 되어 갔다.
“지나가는 한때의 덕담에 목을 맨 내 잘못이야.” 재두루미는 해평습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내 탓으로 돌렸다.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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