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시]
쾌도난마
-철학자 문성학-
김주완
뛰고 달리는 물줄기이다.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허섭스레기를 갈라내고 뒤엉킨 덤불들을 걷어내며 달린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정연하고 시원하며 밝아진다. 어둡고 어지러운 곳이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바람을 가르는 질주이다. 산처럼 일어나는 먼지는 저만치 뒤따라 느리게 온다. 사막 가운데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하는 그는 낙타가 아니라 준마이다. 키가 커서 멀리 내다보는 눈망울이 서늘한 적토마이다. 뚫어야 할 것이 있는 자가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유는 송곳이고 말(言)은 칼이다. 그 끝에 감도는 푸른빛은 전기적 파장을 날카롭게 방출한다. 살에 닿으면 살이 베이고 눈에 닿으면 눈이 먼다. 그러나 멀리서 보고 들으면 듣는 자는 신명이 난다. 재미가 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얻을 것이 있다. 정신의 지주(支柱)를 세워야 하는 곳이 바로 그가 있어야 할 자리이다.
<200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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