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자유주의/허유 하기락 선생 기념사업회

2025 학회_허유(虛有) 하기락(河岐洛) 선생 낙동강문학관에 모시다_박찬선(시인, 낙동강문학관장)

김주완 2025. 5. 1. 21:38

1부 특별기획_(프로시딩 24~26)

 

허유(虛有) 하기락(河岐洛) 선생 낙동강문학관에 모시다

 

박찬선(시인, 낙동강문학관장)

 

내가
먼저
풀려야
 
자유롭다
모두가 

          졸시 「끈」 전문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 100번지 낙동강변에 자리잡은 낙동강문학관은 202171일 개관한 한옥의 아담한 문학관이다. 내부는 고려말 백운 이규보로부터 비롯된 낙강범주시회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조밀하게 짜여있다.

 

허유(虛有) 하기락(河岐洛) 선생의 유품이 낙동강무ᇿ학관에 기탁, 전시 되었다. 지난 2022115일 대한철학회 백승균 이사장과 낙동강무ᇿ학관 관장 박찬선이 유품 기탁 협약식을 가졌다. 그날 드린 필자의 인사말 일부를 옮겨본다.

 

문학관이 문학에만 얽매이지 않고 인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종합문화공간으로 운영의 폭을 넓혀가는 차제에 하기락 선생님의 유품을 모시게 된 저희 문학관으로서는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의 혼미와 패닉 상태에서 선생님의 수택이 베인 유품을 본다는 것은 곧 선생님을 뵈옵는 일이고 선생님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듣는 것이기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1300리 낙동강이 물길을 냈듯이 하기락 선생님의 유품은 문학관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맑고 밝으며 보람 있는 삶의 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그동안 정중하게 모셔 온 귀한 유품을 저희 문학관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리오며 주신 뜻 받들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철학의 잔치가 저희 문학관에서 전개된다면 더없는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이날 기탁식에는 백승균(사단법인 대한철학회 이사장), 문성학(경북대 명예교수) 이윤복(새한철학회장, 경상대 교수) 임종진(대한철학회장, 경북대 교수) 정낙림(경북대 교수) 김주완(전 한의대 교수, 시인)와 김광희(상주문화연구소장) 이승진(예천교육지원청 교육장) 김동수(경북교육청 장학사) 김철희(데일리 한국 대구·경북지사장)이 함께 했으며 유족으로 하영우 이사 내외분이 참석했다.

 

유품은 경북대 철학과 연구실에 보존되어 오던 것으로 생전에 사용하던 황토빛 배낭에 일본 와세다대학 철학과 졸업논문((1940) 8점이 들어있었다. 유학 시절 사모님께 보낸 편지와 파성 설창수(1916~1998) 시인의 유고가 있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낙동강문학관에 허유 선생을 모시게 된 것은 선생님의 수제자인 김주완 박사의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을 밝힌다.

 

이어서 그해 124일 이후 하영우 이사께서 세 차례에 걸쳐 선생의 존영과 대표 저서인 조선 철학사하르트만 연구역서로 하르트만의 자연철학』 『존재학 범주론조지 우드코크의 아나키즘』 『하기락 논문집외 각종 자료 스무여 점을 보내주셨다.

 

낙동강문학관 내 허유(虛有) 선생님 유품 전시는 제3 특별기획실 ㄱ자 코너에 벽과 전시 유리 상자(2)를 활용했다. 전시물은 선생님의 수택이 배인 배낭, 오방색 편지함 및 편지글, 설창수 시인 미발표 시 생명 존중연작시 4, 역저서와 아나키즘대회 보도기사 일부, 20241227일 하영선님께서 보내주신 허유 선생 국가유공자증서와 메달을 전시했다.

 

*1, 허유(虛有) 하기락(河岐洛) 선생 유품, 지성의 향기를 맡다.

 

한 손에 실존적 자유의 깃발을, 다른 손에 인간적 해방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어울려 이 나라 현대철학의 제1세대 학자로서, 청빈한 구도의 아나키스트로서 문학과 철학을 감싸 안으며 한 생을 영위한 사람 허유 하기락

안다르샤/잡풀들이 키대로 자라고/그들 곁에/머루다람쥐가 와서 엎드리고 드러눕고 한다./머루다람쥐의 눈이 거짓말 같다고/믿기지 않는다고/장군 후랑코가 불을 놨지만, 너/천사는 그슬리지 않는다./안다르샤,/머나먼 서쪽/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그러나/죽도화는 피지 않는다./피지 않는다./
「허유(虛有)*선생의 토르소」 전문 _ 김춘수

 

*2, 겨레와 철학과 자유를 지키는 별-허유

 

허유 하기락 선생은 1912년 경남 함양 안의에서 출생,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고 일본 와세다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지역 대학(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철학과 교수로서 많은 후학을 가르쳤다. 한국칸트학회, 한국철학연구회 회장 및 전국 아나키스트대회장, 국제평화회의 이사장을 맡아 인간의 자유와 평등사상을 주창, 실현에 앞장섰다. 한편 철학자로서 유치환, 설창수, 김춘수, 구상, 박노석, 이윤수, 김주완과의 교분을 통해 시와 철학의 상관성을 극대화하였다. 1997년 별세, 향년 86. 고향 안의 공원에 학덕비가 있다.

지은 책으로 서양철학사, 조선철학사등 저서 25, 번역서로 하르트만 철학입문19, 논문으로 하이데거에 있어서의 공간성과 시간성의 문제29편이 있다. (*전시 상자, 벽면 게시 디자인은 ()라세트 스튜디오 서울.)

 

2023. 5. 21 낙강인문학잔치 제2강으로 김성국 교수의 허유 선생을 기리는 시적 혹은 사회학적 상상력으로서 아나키즘:하나의 마음 세계발표가 있었다.

2024. 4. 6 낙강인문학잔치 아나키즘과 문학의 주제 아래 나림 이병주 문학과 아나키즘’(조광수) ‘일본의 아나키즘 운동에서 볼 수 있는 아나키즘 문학의 특징’(김창덕) ‘아나키스트와 파시스트의 만남은 가능할까?’(신항식) ‘하기락과 니체-한 아나키스트의 니체 철학 수용과 해석’(정낙림)이 좌장 김성국 교수의 주재로 네 분의 발표가 있었다.

이와같이 선생의 유품이 전시되고 이어서 선생을 기리는 학술발표회가 개최됨으로써 허유선생은 낙동강문학관에서 영생의 삶을 누리게 되었다.

 

*낙동강문학관은 특정 개인의 문학관이 아니고 낙동강 영역의 문학을 포괄하는 문학관으로 출발을 했다. 융합의 시대에 문학관의 운영 방향도 문학을 중심으로 철학과 역사, 종교, 예술 일반과 함께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제1세대 철학자로서 행동하는 지성을 모심으로 철학과 문학()의 조화를 꾀하게 되었다.

 

*상주는 동학의 고장이다. 동학의 행동과 수행(상주 은척동학교)의 양면을 지니고 있는 상주동학은 인내천의 인간애와 인간평등, 후천개벽과 선천회복은 물론 항일의 저항정신을 보여주었다. 봉건의 개혁과 함께 독립을 위한 자주와 자유 정신은 아나키즘과 상합(相合)으로 새로운 동력을 지니게 되었다.

 

*선생의 출생지 경남 함양은 남명 조식의 제자 개암(介巖) 강익(姜翼 1523~1567 남계서원 창건)과 상주의 남명과 퇴계 양문의 제자 개암(開巖) 김우굉(金宇宏1524~1590)1566년 명종 21 함양 서계(西溪)를 유람하고 시를 읊었다. 허유 선생은 1946년 함양 안의 심진동 계곡 용추사에서 한국 최초로 전국아나키스트대회를 개최하고 유명을 달리하여 상주 낙강변에 계신다. 강신(江神)의 보살핌으로 우연이 아니다. 상주와 함양은 유학의 고을이란 동질성을 지녔다.

 

*우리의 삶은 묶인 끈, 매듭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풀어나가는 것은 자주요, 자유다. 허유 선생은 아나키스트로서 풀어나가는 삶을 보여주었다. 낙동강은 막힌 곳을 풀고 흘러서 큰 바다로 흐른다. 허유 선생은 낙동강과 함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

 

*철학은 인간학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가장 분명한 지점은 자주이기에 무엇보다 인간이 보물이다. 부단한 인간탐구와 자주탐구! 낙동강문학관에는 제일 귀중한 이러한 보물이 있다. 그래서 빛이 난다.

 

모래가 모이면
모래섬
 
물새가 모이면
물새섬
 
사람이 모이면
보물섬

    졸시 「보물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