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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로운 어미 새로 산화(散花)하신 어머니를 그리며 - 40년 후 내 부모님 영전에 바치는 시/이하림

김주완 2017. 5. 6. 17:53

제목: 애처로운 어미 새로 산화(散花)하신 어머니를 그리며 - 40년 후 내 부모님 영전에 바치는 시


                                                                                            대구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6반 18번 이하림


회오(悔悟) 2

                                       김주완


젖을 먹고 자란 게 아니라

피를 빨며 컸읍니다.

밥을 먹고 자란 게 아니라

어머니!

당신의 눈물로 사람이 되었읍니다.


식솔들 입에 거미줄은 못쳐

배급양계사료를 양식으로 빻으며

쇠절구 공이에 못 박히는

가난한 집안의

열 여덟 고운 누님의 손.


설운 배를 줄여

모두들 대학으로 보내고

홀로 남아

배울 것도 없는 살림이나 배우는

잔잔한 누님의 인고(忍苦)와

절벽 같은 아버지의 완고(頑固)에

밤이 되면 슬픈

어머니의 속울음 소리 들렸읍니다.


귀한 손님이 온 아침이나

식구들 생일이라도 되어야

삶은 달걀 두어 개 상위에 오르고,

건장한 어깨로 군대 간 형님

외출 나오는 주말이라야

뒷밭 울타리

강냉이 몇 개 꺾어 삶는 어머니,

베품으로써 허기를 메우는

빈 것으로 채우는 슬기, 그 때 보았읍니다.


어머니!

당신의 피를 빨며

진한 당신의 눈물을 마시며

우리들 어린 뼈가 여물었읍니다.

긴긴 겨울 밤,

모진 아픔 깨물며 가난을 깁던

당신의 헤진 옷깃에 싸여

무심코 우리는 자랐읍니다.



시서평쓰기 과제에서 제시된 5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고르려던 찰나에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오셨다. 그리고 주제들을 읽어 보시더니 나보고 '부모님 영전에 바치고 싶은 시'에 대해 서평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바로 외할아버지의 제2시집 「어머니」를 책꽂이에서 꺼내 읽었다.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훑어봤다. 그리고 무슨 시가 부모님 영전에 바치기에 가장 적절한 지 고민하던 끝에 '회오(悔悟) 2'라는 시를 선정하게 되었다.


시를 읽다보니 외할아버지의 유년 시절에 대해 알면 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에게 여쭈어 보았다. 엄마는 친절히 나에게 알려 주셨다. 외할아버지는 누나 2명, 형 1명, 남동생 2명이 있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의 아버지께서는 '남자만 대학을 가야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계셔서 아들들만 대학을 보내려고 계획하셨다. 그런데 이 시의 누님말고 다른 누나가 고집이 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누나는 예외적으로 대학을 보내고 이 시의 누님은 대학을 못 가고 살림을 했다고 한다. 다른 자식들은 다 대학에 가서 초등학교 교사, 국세청 고위 공무원, 철학 교수·시인, 기술 교사, 행정실 교사가 되어 잘 사는 반면에, 시 속의 누님은 가족을 위해 헌신을 하다가 그렇게 잘 되지 못해 외할아버지는 항상 그 누님을 잘 챙겨주시고 엄마보고도 그 누님의 딸이랑 친하게 지내고 잘 챙겨주라고 하신다.


이 배경을 듣고 시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1연부터 난 감명을 받았다. '젖'보다 희생적인 느낌을 주는 '피'와 '눈물'이라는 시어를 통해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2~3연에서 아버지의 완고에 의해 누님은 대학도 못 가고 고통을 참으며 막노동만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어머니는 자식들이 걱정할 까봐 서러운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인내하며 속울음으로 우는 모습은 나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마지막 연의 '무심코 우리는 자랐읍니다'라는 마지막 행도 어머니의 희생을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자식들은 아무 생각 없이 컸다는 걸 떠올리며 마음에 와닿았다.


이 시 속의 '말하는 이'와 이 시를 쓴 '시인'은 동일인이며 다 큰 성인일 것이다. 아마 시인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집에서 지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각이 자꾸 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자식들만을 생각하며 몸을 바치신 어머니에게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뉘우치며 방에서 「회오」라는 제목으로 진정을 다해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이 시를 읽은 후, 한 노래가 떠올랐다. 그 노래는 바로 G.O.D.의 '어머님께'라는 제목의 노래이다. 이 시와 그 노래는 아주 비슷하다. 노래가사에서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살아 계시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가사에 집안이 가난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부분은 이 시의 4연에 '베품으로써 허기를 메우는'이라는 시행과 유사하다. 시의 내용과 비슷한 슬픈 멜로디의 노래를 들으니 나는 이 시를 더 뜨거운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엄마도 이 시의 어머니처럼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다. 이 시를 읽으며 난 엄마의 마음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식을 위하여 모든 걸 헌신하며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 난 엄마의 영전에 이 시를 바치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엄마를 좀 더 행복하게 해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외할아버지께서 이 시를 쓰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이 시를 읽고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엄마의 희생에 대해 가슴 깊이 새겨 주신 외할아버지께 답가를 부른다.


「회오 2」를 읽다

―김주완 외할아버지께

                                                    -이하림


할아버지!

건강하게 잘 지내십니까

전 오늘 할아버지의 시,

「회오 2」를 읽었습니다.


시어 하나, 하나

마음으로 읽으며

제 가슴의 물결이 일렁거리고,

제 눈시울에 뜨거운 이슬방울이 맺혔습니다.


오늘 새벽의

은은한 달빛은

할아버지의 어머니 같습니다.


찬 새벽 공기에

온몸이 젖은 여린 잎새들은

30년 전, 할아버지의 눈물 같습니다.


할아버지!

저에게도 할아버지의 어머니 같은

엄마가 계십니다,

저와 제 동생을 위해

언제나 어미 새 같이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험악한 산에 날아가

먹이를 구해오는

엄마가 계십니다.


저는 앞으로

엄마에게 더 잘해야겠습니다.

가끔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후리지아 꽃도 사 드리고,

가끔은 엄마를 노래하는

시도 써 드려야겠습니다.


할아버지!

오늘 시 속에서

할아버지와 소통하며

반가웠습니다.

연둣빛 신록이 찰랑거릴 때쯤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