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간 한국시 2014년 5월호(통권 302호) 82쪽. 특집 2 : 창간 25주년 기념 원로시인 초대시 게재>
강이 눈부시다 / 김주완
강이 눈부시다
한겨울 오후 4시, 태양은 160도로 기울고
동쪽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강의 전신이
툭툭 물방울 튀는 잉어의 비늘처럼 반짝인다
꿈틀거리는, 저 찬란한 광휘
눈 뜬 채 바라볼 수 없어
서 있던 자는 앉고 앉은 자는 마침내 드러눕는다
거기가 어딘지 아무도 몰라
꿈꾸는 서쪽을 가로막는 저 강
몸은 건너지 못하지
아지랑이보다 가벼운 영혼만 하얀 나비처럼 건너가지
강의 몸이 깜깜해지면
뜨겁게 육신을 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는
저 강
한겨울 저녁때, 그러나 지금은 눈부시다
아찔하게 풍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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