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5시집 그늘의 정체[2014]

[시] 강이 눈부시다 / 김주완 [2014.01.09.]

김주완 2014. 1. 9. 20:00

 

[시]

 

<월간 한국시 2014년 5월호(통권 302호) 82쪽. 특집 2 : 창간 25주년 기념 원로시인 초대시 게재>

 

 

   강이 눈부시다 / 김주완

 

 

강이 눈부시다

 

한겨울 오후 4시, 태양은 160도로 기울고

동쪽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강의 전신이

툭툭 물방울 튀는 잉어의 비늘처럼 반짝인다

꿈틀거리는, 저 찬란한 광휘

눈 뜬 채 바라볼 수 없어

서 있던 자는 앉고 앉은 자는 마침내 드러눕는다

거기가 어딘지 아무도 몰라

꿈꾸는 서쪽을 가로막는 저 강

몸은 건너지 못하지

아지랑이보다 가벼운 영혼만 하얀 나비처럼 건너가지

 

 

강의 몸이 깜깜해지면

뜨겁게 육신을 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는

저 강

한겨울 저녁때, 그러나 지금은 눈부시다

아찔하게 풍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