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5시집 그늘의 정체[2014]

[시] 딱지 / 김주완 [2012.02.14.]

김주완 2012. 2. 17. 11:11

 

[시]


           딱지 / 김주완


한 생을 살고 나면 누구든 모과나무가 됩니다


파이고 찢기고 부러진 곳에 딱지 앉고

문둥이 손처럼 뭉텅뭉텅 옹두리가 남아

속 깊이 험한 바람을 재우고

천둥 치고 비 오던 밤을 가두며

고단한 열매를 툭툭 떨어뜨리는 모과나무

단단한 침묵이 됩니다


누구든 한 생을 살고 나면

겨울나는 모과나무의 떨어지지 않는

그늘딱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