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5시집 그늘의 정체[2014]

[시] 눈길 7 / 김주완 [2012.01.31.]

김주완 2012. 1. 31. 13:37

 

[2012.11.20. 『언령』 7집 발표]


 

 

[시]


                  눈길 7 / 김주완


겨울 가운데서

큰 일 하나 일어난 것인가

산과 들이 온통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햇살 받아 조금씩 반짝이는 슬픔의 빛깔이 옥색이다

검은 옷을 입은 새들이 걸어간다

하얀 천지에 하얀 길을 내면서 간다

분주한 걸음들이 음각의 낙관으로 자박자박 찍혀지고

방명록에 씌어진 신발 무늬가 돋을새김으로 이어진다


주린 까마귀들이 비명소리를 지르며 둥지를 떠나면

대지진이 온다고 사람들이 떨고 있었다

폭설은 희미한 시야 밖에서 푹푹 쏟아지고

겨우내 문풍지가 바람에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