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길을 감치는 하느님 / 김주완
나는 발로 길을 내었고
한 땀, 한 땀 풀어지지 않게
하느님은 손으로 길의 솔기를 감쳤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나는 걸었고
하느님은 자꾸
내 뒤를 바짝 따라왔다
희미한 얼굴의 승객을 실은 고속열차처럼
무심한 세월이 우리 곁을 스쳐서 흘러갔다
나는 발에 못이 박혔고
하느님의 손톱은 닳아 뭉개졌다
내가
더는 두리번거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그 손으로
여전히 길을 감치고 있는 하느님
나는 그제야
그에게 미안했다
서산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돌아보면, 구불구불
감쳐진 길이 하느님처럼 아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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