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길을 감치는 하느님 / 김주완 [2012.01.03.]

김주완 2012. 1. 5. 12:46


[시]


   길을 감치는 하느님 / 김주완


나는 발로 길을 내었고

한 땀, 한 땀 풀어지지 않게

하느님은 손으로 길의 솔기를 감쳤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나는 걸었고

하느님은 자꾸

내 뒤를 바짝 따라왔다


희미한 얼굴의 승객을 실은 고속열차처럼

무심한 세월이 우리 곁을 스쳐서 흘러갔다


나는 발에 못이 박혔고

하느님의 손톱은 닳아 뭉개졌다


내가

더는 두리번거릴 것이 없어질 때까지

그 손으로

여전히 길을 감치고 있는 하느님


나는 그제야

그에게 미안했다

서산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돌아보면, 구불구불

감쳐진 길이 하느님처럼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