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시 2012.3월호(통권275호) 43쪽 발표]
[시]
불길 / 김주완
사루비아꽃처럼
타오를 수 있을 때 타올라라
살아있으니까 불타는 것이다
마당에서도 훨훨 타오르고
부엌에서도 화르륵 타올라라
밤의 상수리나무 밑에서도 불길은 인다
한적한 도로변 자동차 안에서도
불길 반짝 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불똥이 튀어 올라 허공을 나르면 고추잠자리가 된다
하늘 높이 올라 머무는 가장 가벼운 눈물이 된다
하느님은 자상하시다
너무 거센 불길이 일면 물을 뿌리시는 하느님
숨 돌릴 틈새가 세상에는 있다
불타다 지치면 해바라기처럼 고개 숙이면 된다
타오를 수 있을 때 타올라라
초록의 바다에서 불타고 있는 석류꽃처럼
맹렬하게, 망설임 없이 타올라라
살아있으니까 불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불탈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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