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8
초와 김주완
천 길 낭떠러지를 아래에 두고
외줄기 밧줄에 몸을 매단 채
위로 위로
기어오르는 암벽타기이다
희고 연한 생살 지키려
갑옷보다 강한 돌껍질 뒤집어쓴
물레고둥이
한 몸 들어앉을 열길 백길
물속으로 내려서는 일이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스프린트의 용수철 같은 무릎
벌어진 가슴과 앞으로 기우는 자세
꺽 꺽 허공을 잡아당기는 턱
단단한 근육과 발달된
반사신경으로
승부를 향해 내닫는 집중이다
기도는
창이고 방패이며 투구이다,
팽팽한 긴장을 감싸 안는
느긋하고 아늑한 절대자의 품
그 안에 숨어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