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1. 월간 『한국시』2012-7월호(통권 279호) 38쪽 발표>
[시]
길 위의 딱정벌레 / 김주완
먹성 좋은 식탐으로 놈이 나비의 애벌레를 먹어치운다 남의 살을 먹고 제 살을 찌우기 위해 어기차게 꾸역꾸역 먹어치운다 먹은 만큼 비대해지는 몸, 참 많이 컸다 황토 언덕 고개 세 개를 잘도 넘으며 축재의 맛을 볼 대로 본 놈은 이제 괴물이 되었다 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가파른 넷째 고개를 오르다 놈의 몸이 뒤집어졌다 여섯 개의 다리를 허공에 대고 버둥거린다 검은 금속광택의 단단한 갑옷이 무용지물이다 잠자리비행기의 날개처럼 쉼 없이 맴을 도는 맷돌 같은 등껍질, 놈의 세모꼴 투구에서 진한 악취를 분무기처럼 내뿜어 대도 두꺼비는 덥석, 놈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천적은 대단하다 까맣게 반들거리던 놈의 교활한 눈알이 두꺼비의 타액 속에서 흐물흐물 녹아내릴 걸, 생각해 보면
먹고 먹히는 길 위의 딱정벌레
잠깐 만에 사라지는 길 위의 점,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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