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길 1 / 김주완
그 길 간다, 바람 부는 벌판
길 없어
모두가 길인 그 길,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간다
운명을 움켜쥔 손금, 정맥
툭툭 불거지는 한낮을 지나 낙엽 같은 나를 붙들고
더는 버릴 것이 없는 내 뼈를 수습하여
길이 남아, 남은 길을 하얗게 간다
바람이 없으면 바람을 일으키며 건너온 아득한 길
바램은 찔레처럼 간절했다
지쳐 떨어지는 꽃잎은 허망했다
군데군데 선인장 가시에 찔린
지친 낙타의 발에는 물고기 눈알 모양의 티눈이 박혔다
마른 나뭇가지 같은 노구로
아무 것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바람 부는 벌판
그래도, 그 길 간다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길 위의 딱정벌레 / 김주완 [2011.07.05.] (0) | 2011.07.05 |
---|---|
[시] 바람의 길 3 / 김주완 [2011.07.05.] (0) | 2011.07.05 |
[시] 꿈꾸는 화병 4 / 김주완 [2011.06.28.] (0) | 2011.06.29 |
[시] 꿈꾸는 화병 3 / 김주완 [2011.06.28.] (0) | 2011.06.29 |
[시] 꿈꾸는 화병 1 / 김주완 [2011.06.28.] (0) | 2011.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