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 언령 6집 발표>
[시]
꿈꾸는 화병 1 / 김주완
꽃이란 꽃은 모두
가장 싱싱하고 화려할 때 여기로 온다
더러 덜 핀 봉오리도 우수로 따라와서
생애 가장 찬란한 한 시절을 여기서 보낸다
그러나 마침내
허줄그레 시들기 시작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늙은 미스 유니버스처럼 영광의 기억을 쓸쓸히 안고
마른 노구는 어디론가 끌려가 버려져야 한다
덜 자란 꽃술머리 보듬고 풋내 뿌리며 어쩌다
마른 나무 같은 내게로 와서
송이송이 꽃 피우고 열매 맺은 아내,
나이 자꾸 들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신록인 그녀
이제 마른 꽃잎처럼 늙어간다면
나도 낡고 깨진 화병으로 부서져
그녀 따라 함께 가겠네, 그림자처럼 따라 가겠네
계절 끝난 낙엽처럼 혼자는 보내지 않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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