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개망초 10 / 김주완 [2011.06.21.]

김주완 2011. 6. 21. 17:35

[시]


개망초 10 / 김주완


나는 개망초, 아버지 어머니도 개망초, 할아버지 할머니도 개망초, 대대로 우리는 개망초였습니다 큰집도 개망초, 작은 집도 개망초, 우리는 개망초 일가였습니다 사돈의 사돈, 그 팔촌까지 모두가 개망초입니다. 한곳에서도 살았고 떠돌아다니면서도 살았습니다 마른 땅에서도 살았고 젖은 땅에서도 살았습니다. 타관으로 가서 자리 잡고 제법 우쭐대며 살던 일족들의 근황은 모릅니다. 그들은 출신을 밝히지 않고 살아간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습니다 남의 것을 뺏거나 훔치지도 않았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허리 세우고 그저 웃기만 하였습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빈 터에서 우리끼리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누가 와서 밟으면 밟혔습니다 베어내면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자식만은, 손자만은 개망초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망초로 사는 것은 내 대에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