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3 / 김주완
우리
그대로 있자.
다가서지도 물러나지도 말며
그냥 그대로 있자.
가슴 열면 까마득한 창공
우리의 자리가 면도날인 한,
인륜의 두터운 그늘 아래
한 다발의 환상이 시들고
설사,
남은 뼈들조차 흩어져 간다 하더라도
안타까이 부르지 말자.
눈물 서러이 도는 대로
가슴 속 불길 다둑이며
이만큼 떨어져서 둘로
남아 있자.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거리
뿐이거니
뒤로부터 읽어서 알자.
누구든 결코 하나 될 수 없음을
거꾸로 읽으면 처절히
아느니,
요구할 무엇도 없이
미워할 무엇도 없이
우리
그대로 있자
그냥 그대로 지금으로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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