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4 / 김주완
나는 아직 모른다. 구심求心을 향해 달린 두 개의 굴렁쇠가 마침내 끝없는 원심遠心으로 분열하는 이유를. 나비가 날듯 그들은 자유로이 왔다. 독립한 시간의 지평을 열고 흡반과 촉각을 은밀하게 뻗으며 상대적 절대와 절대적 상대의 의미를 가장 감각적으로 탐색했다. 상황의 초월이 절망의 늪을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하나가 먼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자꾸 그리고 열심히 같은 언어로 나누는 다른 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나오는 쇳소리를 같은 세계로 알고 있었다. 오해를 이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ㅡ사이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거기 벽이 있음/낯선 세계의 답답한 표상ㅡ
반발하며 염세하며 기진하며 굴렁쇠가 각각 부식해 갔다. 분별의 미동하는 자기분열이었다. 어렴풋한 길이 환상으로 떠오르면 그 때는 아파하라!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영원할 수밖에 없는. 그러므로 할 수 있는 것은 절망뿐이다. 다시 문을 닫고 굳게 지키는 침묵뿐이다. 침묵의 늪엔 따뜻한 절망의 신화가 산다. 그러나, 그러나 역광 받는 잎들 투명한 초록 살이 왜 슬픔이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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