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5 / 김주완
우리는 모두 기호가 되고 싶다.
그럴듯한 모양으로 나서는
삼각형이거나 사각형이거나
혹은 원형이거나
아니면 곡선이거나 직선이거나 점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숫자이거나
아무튼 가장 분명하고 완전한
형태로 나타나고 싶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아직은
내놓을 수 없는 것
그러면서도 가장 절실한
속의 것
바로 나인 또는 너인
그러한 의미 하나
기호 속에 숨겨두고 싶다.
가장 분명하고 완전한
표시이면서
그러나 표시 없는 표시가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부질없는 기호가 되어
기호를 매장함으로써
은유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꼭 그만큼 자꾸
또 하나의 기호가 되어
그 속에 갇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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