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11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머릿결처럼 풀잎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이다 풀잎들의 몸을 짓이기면서 한바탕 법석을 떨고 간 광란의 뒤끝은 허탈하다 바람이 와서 쓰러진 풀잎들을 연신 깨우고 있다 부러진 늑골과 상한 풀잎의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가느라 서걱..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0] 풀잎 4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0)> 풀잎 4 밟을 테면 밟으세요 내 몸 찢기고 부서져도 나는 죽지 않아요 새 몸 다시 만들어 나서거든요 나는 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땅 속 깊이 흙살 거머쥔 뿌리로 살거든요 나를 밟는 당신의 신발 밑창이 닳아서 세상 끝으로 마침내 미끄러지고 말 거예요 나는 밟히..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9] 풀잎 3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9)> 풀잎 3 가장 낮게 내려온 바람을 내 손 끝으로 붙들고 있어요 움켜쥐면 달아나고 말아요 쓰다듬어도 안 되지요, 여리고 부드러운 것은 가만히 손만 대고 있어야 해요 때 되어 부석부석 말라가는 손에 잠시 머물러 주는 바람에 감사해야 해요 내게는 바람이 어머니에..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8] 풀잎 2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8)> 풀잎 2 풀잎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가는 풀잎의 끝에서 끝으로 옮겨가며 내 어두운 귓전까지 다다른 곱고 가늘고 부드러운 음성, 질기지도 거칠지도 높지도 않게 나지막이 소곤대며 사실이냐고 했다 정말 사실이냐며 칭칭 나를 동여매던 여린 음성, 풀물 줄줄 ..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7] 풀잎 1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7)> 풀잎 1 아침마다 내가 싱싱해지는 것은 밤새 누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어둠 속으로 은밀히 와서 말없이 머물다 가는 조용한 사람 맑은 눈물 소복이 남기기 때문이다 그 눈물 자륵자륵 내 핏줄로 흐르고 남아 맺힌 낙루落淚 몇 방울 반짝이기 때문이다 ― 졸시, <풀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