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탈 6 / 김주완 [2011.12.13.] [시] 탈 6 / 김주완 동짓날 어머니는 부엌에서 팥죽을 끓이고 어린 나는 북풍 맞받는 부엌문을 자꾸 기웃거렸다 하늘은 찌푸려 있었고 헐렁한 옷깃 사이로 바늘바람이 파고들었다 설설 끓는 팥죽솥을 저으며 붉은 소용돌이 속으로 새알심을 떨어뜨릴 땐 퐁퐁 푸른 종소리가 났다 식구들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1.12.14
[시] 탈 5 / 김주완 [2011.12.13.] [시] 탈 5 / 김주완 예쁘지 말아라, 탈 잡힌다 숲엔 네발로 달리는 짐승이 있다 귀는 열고 입은 닫아라, 탈 잡힌다 이리저리 살피지 말고 함부로 가리키지도 보이지도 말아라, 부정 탄다 무엇이든 잘 하지를 말고 남이 못하는 일을 나서서 하지 말아라 탈 잡히고 티 뜯긴다 예쁘고 유..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2.14
[시] 탈 4 / 김주완 [2011.12.13.] [시] 탈 4 / 김주완 그래,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다 겨울 새벽에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도 신고 나온 양말에 구멍이 나 있어도 산책길에서 남의 반려견에 뒤꿈치를 물려도 느닷없이 떨어지는 길거리 간판에 머리가 깨져도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와..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2.14
[시] 탈 3 / 김주완 [2011.12.13.] [시] 탈 3 / 김주완 나무는 탈을 잡지 않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우레 치면 그런가 하며 몸을 조금 떤다 폭설이 내려 짓누르면 가지 하나쯤 찢어주면 되고 누가 길을 내라 하면 몸을 조금 비틀면 된다 딱따구리가 와서 집을 파면 자리를 그만큼 내어주면 그뿐이다 집중호우로..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2.14
[시] 탈 2 / 김주완 [2011.12.13.] [시] 탈 2 / 김주완 시계가 한 시간 늦게 간다 여섯 시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일곱 시에 울었다 열 시 약속을 열한 시에 나갔다 만나야 할 사람이 없다, 가버린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진다 찌푸린 하늘 아래 어느 골목으로 일정이 증발한 것이다 탈은 예기치 않은 데서 일어난다 창자..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2.14
[시] 탈 1 / 김주완 [2011.12.13.] [시] 탈 1 / 김주완 감나무에 탈났다 다 늦은 가을날 누가 와서 흔들고 지나갔기에 저리 과감히 투신하는가 익을 대로 익어 아늘아늘하던 감홍시 마른 마당에 패대기쳐져 질펀하게 박살난 선홍빛 속살 한 판 고즈넉한 공중에선, 간혹 육탈한 가지가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데, 마당..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