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귀 9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9 / 김주완 귀를 열어라 귀를 세워라 밝아야 하느니 뚫려야 하느니 따갑고 아프고 여리고 질긴 귀라는 귀는 모두 팔아선 안 되느니 밖으로 들어서도 안 되느니 씻고 세워야 하느니 요구는 이리 많은데 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담거나, 흘리는 일 뿐이다 너무 단순한 귀의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8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8 / 김주완 오월 밤 중천으로 상현달 외로이 기우는데 하늘의 귀 같다 밤의 상수리나무 숲에서 ‘소쩍다 소쩍다’ 울면서 소쩍새 한 마리 훌쩍 날아오른다 상현달에 대롱대롱 귀고리 하나 달린다 올해는 풍년 들겠다 <2010.08.27.>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7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7 / 김주완 글귀는 글자 속에 있지 않았다 실하게 자란 키 높은 옥수수 대에서 갓 따와 푹 찐 풋옥수수 껍질 벗기면 드러나는 촘촘하고 가지런한 옥수수알처럼 책 속에 빼곡히 들어앉은 글자들, 연한 실김도 모락거리고 구수한 냄새도 피어나는데 아직 이가 안 난 젖먹이 아..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6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6 / 김주완 말귀가 덜 열려 새겨듣지 못하고 남들이 웃을 때도 한참을 늦게 뒤따라 웃는 재산이 없어도 기죽지 않고 미인이 아니어도 슬프지 않는 예쁜 점 하나 귀 밑에 찍힌 우리 동네 젊은 아낙 순한 점순이 <2010.08.27.>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5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5 / 김주완 잠귀가 밝아 자다 깨다 하는 밤 지나가는 바람에도 그리운 사람인가 귀 기울이다 서산으로 보얗게 달빛 지새는 나이 들어 더 길고 긴 밤 <2010.08.27.>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4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4 / 김주완 갈대의 귀는 갈대밭에만 있는 게 아니다 흔들리는 것들의 외로움이 있는 곳 헐벗고 굶주린 자들이 서로 몸 비벼 추위를 견디는 곳이면 으레 갈대의 귀가 있다 하늘과 땅 집과 벽, 방바닥에도 사무실 책상에도 외로움과 설움이 싹트면 절로 생겨나는 갈대의 귀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3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3 / 김주완 천 날 만 날 똑 같은 세상 온갖 소원 다 들으면서도 그윽하고 온화한 미소 머금는, 귓불 늘어져 통통하고 길쭉한 부처님의 귀 <2010.08.27.>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2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2 / 김주완 귀가 어두워지면서 할머니는 자주 설움에 받쳤다 손자들 학교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집안 살림 얘기에는 무심하다가 여름을 타는 것 같다며 개장국이라도 끓여 드려야겠다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에는 자기 흉을 본다고 역정을 내던 ..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
[시] 귀 1 / 김주완 [2010.08.27.] [시] <언령 5집 수록> 귀 1 / 김주완 귀는 바쁘다 벚꽃 벙그는 소리부터 봉숭아 씨 터지는 소리 봄강에 달빛 부서지는 소리 감꽃 떨어지는 소리 둥근 그물 가운데 자리잡은 호랑거미의 더듬이다리 떠는 소리 몸을 던져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파도 소리 산골짜기 낙엽 구르는 소리 들마루 밑 귀뚜리 우.. 시 · 시 해설/근작시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