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푸른 불빛 따라 귀향하는 / 김주완
무릇
진실로 강한 자는 힘을
쓰지 않고도 이기고
내놓고 쭐렁거리지 않고
불뚝거리지 않고
여밀수록 더욱 세어지는 그것의
생리를 알고
가치서열을 알고
한정된 자장磁場을 아는데
싸안아 굴복시키는 슬기를 아는데,
속으로 숨어 살던
헤지고 부서진 넝마가 철없는
바람에 날리고
죽은 논리의 마당에
양심의 풍장風葬이 진행되던 날
넝마의 관 뚜껑을 열고
영혼 두엇이 걸어 나온다.
안고 헤매어야 할 푸른 불
켜 들고 묘비를 뛰어 넘는
그들은 이제 넝마가 아니다,
상한 껍질을 벗어 던지는 연한
속살의 태어남이다.
푸른 불빛 따라 귀향하는 고갯마루
의지로 찍어가는 발자국이다,
처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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