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구름꽃』(1986)]
마이산馬耳山에서 / 김주완
마음의 문둥병자는 이리로
와서 보라.
소백의 숨찬 산맥이 끝나고
먼 평야가 드러눕는 지점 쯤
솟아나는 봉우리들,
그 중에 영험한 조화인 듯
처참한 저주인 듯
산山도 문둥병을
앓음을 볼 것이다.
기름진 자양분滋養分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
어디론가 떨어져 나가고
마른 껍질만
파여진 구멍들만 내놓은 채
죽어 자빠져 있음을 볼 것이다.
그보다
흙 한 줌 없는 중허리 산
바위 틈서리
한 모금 물도 없이 살고 있는
새파란 풀들
어기찬 나무들,
이름 모를 풀, 이름 모를 나무
그 집요한 의지와
끈기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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