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월동준비 1 / 김주완 [2007.11.16.]

김주완 2007. 11. 16. 09:52

[시]


    월동준비 1 / 김주완

 

 

            1


짚신감발은 하였느냐

무명 수건으로 귀와 입을 싸고

덧토시는 끼었느냐

아이야

네가 건너야 할 벌판은

눈보라 치는 얼음판이다

교수대 같은 올무가 곳곳에 놓인

세상을 토막 낼 칼바람이 도사린

목숨 부지가 어려운 곳이다

낟가리 옆에서 노는 아이야

고의적삼에 볏집 두어 뭇 넣고

헤진 남바위라도 쓰고 가거라


            2


가다보면 만나야 할 삭풍

칼날 같은 바람이 모래알을 쏘아대면

벗은 몸 내놓고 회초리 맞는

나무들 아래

겨울에 붙들려 쓰러진 자

몇몇은 얼어 죽을 것이다

손끝 발끝에서부터 타고 오는

냉기가 심장에 이르면

가물가물 흐린 눈앞에

하얀

벌판이 뒤집혀질 것이다

깜깜한 정적이 일순一瞬에 내릴 것이다


            3


공포는 여기다 놓고 가거라

애젊은 날에 태운

펄펄 끓는 사랑 하나

질화로처럼 안고 가거라

조금씩 몸 녹이며 그 불

다 식기 전에 겨울을 건너거라

길고 긴 겨울

아이야

꺼질듯이 끌고 가는 삶이

차라리 죽음보다 무겁더라도

지금은 넘어야 하느니, 겨울

저 깊은 허공이 앞에 있기에

 

                         <200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