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09.11. 언령 4집 수록>
월동준비 3 / 김주완
낫을 든 아버지는 배추뿌리 모양으로 팽이를 깎았다 뒷밭 울타리 탱자나무 마른 가지를 꺾어 와서 줄줄 찢은 천 쪼가리를 매달면 팽이채가 되었다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나는 아버지 옆에서 지난해 겨울을 생각했다 언 논에 나가 하루 종일 팽이를 치다가 논두렁에 불붙이고 손을 녹이던 한겨울 저녁나절, 언 하늘 외로이 떠가던 연鳶 하나를 떠올렸다 팽이는 논에서 돌고 연은 하늘에서 놀았던 지난겨울 나는 그 사이에 있었다
<200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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