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다로 간 은행나무 / 김주완
가을 들머리에 가는 바다
길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 여름을 밀어내는
빗속의 동해는 하늘 우울하게 내려앉아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 발 담그고 있었다
구름에 묻혀 흐릿하게 주저앉은
주전리 바닷가, 한 천년 슬픔을 깎아낸 몽돌밭이 있었다
자욱한 설움들이 올망졸망 몸 맞댄 채
흩뿌리는 비 맞고 있었다
눈 뜨지 못하는 조그만 민얼굴 가득
번지는 까만 윤기
몰래 몰래 솟아나는 눈물 자국이었다
지나간 통증, 가을이면 이렇듯 오소소 되살아나는가
엎드린 오열嗚咽 더욱 사납게 덮쳐 다독이는 파도
떨어져 성난 은행나무 초록 잎들이다
먼 땅의 기억들 내다버린 늙은 사내의
노여움 거기 그렇게 있고
무심한 건들마에 헛꽃으로 피는 내 안에
숨은 몽돌 숨 가쁜 어둠 속에 흐느끼고 있다
해마다 해거리를 하며 멀리, 혼자 남은 암나무
<200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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