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바다로 간 은행나무 / 김주완 [2007.09.07.]

김주완 2007. 9. 7. 23:13

[시]


       바다로 간 은행나무 / 김주완


가을 들머리에 가는 바다

길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 여름을 밀어내는

빗속의 동해는 하늘 우울하게 내려앉아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 발 담그고 있었다

구름에 묻혀 흐릿하게 주저앉은

주전리 바닷가, 한 천년 슬픔을 깎아낸 몽돌밭이 있었다

자욱한 설움들이 올망졸망 몸 맞댄 채

흩뿌리는 비 맞고 있었다

눈 뜨지 못하는 조그만 민얼굴 가득

번지는 까만 윤기

몰래 몰래 솟아나는 눈물 자국이었다

지나간 통증, 가을이면 이렇듯 오소소 되살아나는가

엎드린 오열嗚咽 더욱 사납게 덮쳐 다독이는 파도

떨어져 성난 은행나무 초록 잎들이다

먼 땅의 기억들 내다버린 늙은 사내의

노여움 거기 그렇게 있고

무심한 건들마에 헛꽃으로 피는 내 안에

숨은 몽돌  숨 가쁜 어둠 속에 흐느끼고 있다

해마다 해거리를 하며 멀리, 혼자 남은 암나무

 

                                                               <200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