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구시인협회(2007 연간작품집) ,『대구의 시』(2007.12.28.), 수록.
가을바람 / 김주완
불붙은 옷 벗기는구나 뻘같이 번들거리는 진물 자르르 번지는 살가죽 덜 마른 딱지들 옷에 붙어 일어나는구나 가을바람이 불현듯 몰고 오는 통증, 여름은 무성한 죄업의 계절이었던거라
서늘바람 부는 9월이 되면 달력의 숫자마다 곤한 기운이 감돌았다 속으로 든 삼복의 열기를 빼느라 사색死色이 된 안색들 파리했다 붉게 솟는 피 한 방울 떨구고 가야 할 살아있는 것들 제 몸이 무거웠다
내가 맺고 익힌 것이 아니네 거두어 주기를 기다리는 과육과 흔들리며 서두르는 잎들 한때 내 혼魂에 뿌리내린 피붙이들 지나가는 바람결에 맡기겠네 내 것이 아니어서 내려야 하네 이 가을 끝쯤에서
갈바람 자락 사이로 실어 보내느니 오래 못 부치고 망설이던 편지 같은 것 속에만 넣어두고 웅얼대던 것 겨울 가운데로 떠나보내느니 꽁꽁 언 얼음으로 한 만년 그 모양 그대로 남아주었으면, 버리지 못하는 미련 한 줌 못내 삼키는 저녁
<200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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