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무 2
김주완
바람이 불면 흔들렸다
버티다 버티다 끝내 흔들렸다,
비가 오면 온 몸을 적셨다
빨아들이고 빨아들여도
그래도 남는 물은 흘려보냈다,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가을이면 해마다 떠나보냈다
다가온 때를 어김없이 슬퍼하면서,
온몸에 얼음꽃이 달라붙을 때
죽음을 예감하며 설레었다
몽롱한 잠시간의 황홀이었다,
나는 평생 제 자리를 지켰다
공로도 노고도 아닌 것을,
남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나를
지우고 싶었다, 깡그리
<200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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