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나무 2 / 김주완 [2005.12.15.]

김주완 2003. 9. 14. 00:32


 

[시]


                 나무 2

 

                              김주완


바람이 불면 흔들렸다

버티다 버티다 끝내 흔들렸다,


비가 오면 온 몸을 적셨다

빨아들이고 빨아들여도

그래도 남는 물은 흘려보냈다,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가을이면 해마다 떠나보냈다

다가온 때를 어김없이 슬퍼하면서,


온몸에 얼음꽃이 달라붙을 때

죽음을 예감하며 설레었다

몽롱한 잠시간의 황홀이었다,


나는 평생 제 자리를 지켰다

공로도 노고도 아닌 것을,

남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나를

지우고 싶었다, 깡그리


                              <200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