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시]
『자유연합』1989-5월호 (1989. 5.) <4.19. 기념시>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수록
불의 깃발 오르면
-- 재미화가 姜信碩 화백의「山火」에 부쳐
김주완
불의 깃발 오르면
훨훨훨 불타 오르면
들에서 들로
산에서 산으로
산맥에서 산맥으로
자유가 살아나 춤추는 걸 보았다,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기계가 인간을 소외케 하는
모든 구조물은 철거되고
헐벗고 굶주린 자가 사라지는
누구나 배우고 누릴 수 있는
꿈같은 광경을 반짝 보았다,
눈물이 눈을 씻듯
거리마다 도시마다 오늘의
눈물 나는 향기 그득하면
질곡의 사회는 풀려지리니,
힘줄 돋은 저 황금의 팔
노동의 품 안에
신성한 나눔은 낱낱이 가득할지니,
부리는 자와 부려지는 자가 없이
모두가 부리는 자이며
모두가 부려지는 자인
그리하여 동트는 젖빛 새벽을
밤마다 미치도록 보았다,
불길 속에 보았다,
<198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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