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자유주의/아나키스트 자유주의

[기념시] 4.19. 기념시_『자유연합』1989-5월호 / 김주완 [1989.05.]

김주완 2001. 1. 2. 18:29

[기념시]


 『자유연합』1989-5월호 (1989. 5.) <4.19. 기념시>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수록



    불의 깃발 오르면

     -- 재미화가 姜信碩 화백의「山火」에 부쳐


                                   김주완


불의 깃발 오르면

훨훨훨 불타 오르면

들에서 들로

산에서 산으로

산맥에서 산맥으로

자유가 살아나 춤추는 걸 보았다,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기계가 인간을 소외케 하는

모든 구조물은 철거되고

헐벗고 굶주린 자가 사라지는

누구나 배우고 누릴 수 있는

꿈같은 광경을 반짝 보았다,

눈물이 눈을 씻듯

거리마다 도시마다 오늘의

눈물 나는 향기 그득하면

질곡의 사회는 풀려지리니,

힘줄 돋은 저 황금의 팔

노동의 품 안에

신성한 나눔은 낱낱이 가득할지니,

부리는 자와 부려지는 자가 없이

모두가 부리는 자이며

모두가 부려지는 자인

그리하여 동트는 젖빛 새벽을

밤마다 미치도록 보았다,

불길 속에 보았다,

 

                     <198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