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시]
『죽순』1989년호 수록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수록
겨울장마
-- 老哲學者 虛有 河岐洛 先生
김주완
겨울 저녁비 내리고
젖은 도시의
거리는 추상의 옷을 입는다,
변형의 계절에 앉아
뼈 추리는 작업 깊은
노안의 철학자는 힘이 들까,
더러 눈물 나고
눈꺼풀 찌르는 속눈썹 아픈
가슴의 빗소리,
잠시 머물다 지나간 사람들의
부서진 숨결들이 되살아나는
토요일 오후 네 시,
봉산동 지선도로변 뉴욕 피자호프의
구석자리 이방에서 일던 안개숲 속
앓는 공화국의 우울한 침묵이
비에 젖는다, 아득히,
먼저 떠난 아나키스트
맑고 맑은 이국의 동지들과 마주앉아
커피값으로 마시는 생맥주잔 너머
역사가 빨아낸 자유의 빛깔은
당신의 눈 속에 흐리고 흐리다,
외계의 장맛비 칼질하는 저녁 때,
<19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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