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를 그리다
- 기우도강도*
시 ; 김주완
낭송 : 김성희
나갔다. 물소리를 만나러 강가에, 날마다 나가 귀 열고 하루 종일 살폈다. 망초꽃 줄기를 차오르는 물소리, 쥐 오줌 번진 고서의 책갈피에서 연기처럼 새어나오던 그렁그렁 중시조의 가쁜 숨소리, 젊은 어머니의 가슴으로 휘돌아 나오는 한숨 소리 보았다. 만나서 보다가 읽으며 들었다. 흐르고 흐르는 소리.
그리고 싶었다. 물소리를, 밤마다 그리는 진경 산수화, 간절한 물소리의 사경寫景, 온전한 소리가 그려진 화첩을 꿈결에 펼치고 또 펼쳤다.
그렸다. 붓을 들어 강줄기 그득한 물 위에 섶다리를 세웠다. 지게 짐 진 초동 두엇 앞세우고 갓 쓴 노인이 지팡이 짚고 다리를 건넌다. 지나온 한 생의 무게가 강의 서쪽 끝으로 기우는데 산자락 마을의 키 큰 나무 아래 키 낮은 집들 참 가지런하다. 소 등에 올라탄 아이 옆으로 젊은 유생이 소 등에 앉아 나란히 강을 건넌다. 어린 송아지 한 마리 하얗게 물속을 뒤따른다. 세상의 세월이 대대로 흐르는 강물 자락, 그들이 듣고 있을 물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남겼다. 언젠가 눈 밝은 자는 볼 것이라 화폭 여백에 구석구석 물소리를 숨겼다. 차곡차곡 접어서 풀숲에 찔러 넣은 물소리, 물소리, 긴 강물 소리.
*기우도강도騎牛渡江圖 : 단원 김홍도의 진경 산수화. 병진년 화첩 제7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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