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서원 복원 축시>
큰 샘은 마르지 않습니다
김주완
덕천(德泉)은 큰 샘입니다
큰 샘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습니다
가야산 그늘이 마당으로 들어서는 저물녘이 되어도
강학의 서책 읽는 초성은 물소리처럼 영령했습니다
출사의 부질 없음을 일찍이 알았습니다
종이, 붓, 먹, 벼루를 지근한 친구로 삼아 묵향 젖은 정신으로
푸른 일생을 무기(無己)로 산 지인(至人)1 사우당(四友堂) 김선생은
논밭도 재물도 아닌 산림처사를
대물림하는 집에 성현의 말씀이 가득가득 울리게 하였습니다
가야산 허리를 두른 구름 아래, 들판 앞으로 흐르는
대가천 냇물처럼 밤낮으로 베푸는 경전의 말씀을 들으며
형형한 혜안은 대낮처럼 밝아지고
철마다 다르게 결 고운 산천의 바람소리가 음악으로 들려서
시로서 흥겨워지고 예로써 인격을 세우며 음악으로 완성되었습니다2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거소, 덕천서원(德泉書院)은 큰 샘입니다
큰 것은 가는 것이며, 가는 것은 멀어지고, 멀어진 것은 다시 돌아오느니3
이곳에 모신 사우당, 사봉, 운암, 퇴은 선생
네 분 현인이 닦은 윤리(倫理)가 퍼져 나가 고을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인륜을 닦는 곳이 수륜면(修倫面)이 되고
인륜의 세거지가 윤동(倫洞)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부침하던 덕천서원이 기세도 우람차게 다시 섰습니다
작은까치산에 허리 받쳐 선 채로
크게 더하는 하천, 대가천(大加川)의 물길처럼 지혜롭게
영산(靈山) 가야산(伽倻山)의 가없이 깊은 품처럼 인자하게
큰 샘, 덕천서원은 어두운 세상의 빛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
지지 않는 꽃으로 피고 피고 또 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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