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12
초와 김주완
밤의 기도 -
많이 더 많이 내 어둠에 묻혀 안식하시라
숨어서 하는 사랑 방해받지 말고
은밀히 움직이는 사람들 드러나지 마시라
잠 못 드는 사람들 긴 긴 번민의 끈 붙들고 멀리 멀리 헤매시라
별의 기도 ―
밤이 좀 더 오래도록 하소서
내가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빛나게 하소서
나를 보고 기도하는 소녀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시고
깜박깜박 내 아래서 잃어버린 것을 찾는 사람들 멍한 허기를 가시게 하소서
달의 기도 ―
이제는 그만 떠다니게 하소서
은하수 살 속 깊이 잦아들어 온 몸 담그고 오래오래 묻혀있게 하소서
변하지 않는 둥근 미소로만 남게 하소서
외로운 사람들 가슴 후벼 파는 초승달이 되는 건 싫거든요 정말 아니거든요
풀의 기도 ―
어둠을 타고 찾아와 눈물처럼 영롱하게 맺힌 내 얼굴의 이슬은 그대로 있으라
내 전신을 칭칭 감고 쓰다듬는 밤바람은 오래오래 그렇게 내 곁을 배회하라
내 품에 숨은 귀뚜리 울음소리 더듬더듬 밤을 새워라
기도가 너무 많아 귀를 닫은 하느님
그러나 때가 되면 모두 다 들어주는 하느님
모든 것을 살피고 모든 것을 예비하시는 하느님
― 하느님은 바쁘겠다 날마다 정신없이 분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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