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1
초와 김주완
1
짚신감발은 하였느냐
무명 수건으로 귀와 입을 싸고
덧토시는 끼었느냐
아이야
네가 건너야 할 벌판은
눈보라 치는 얼음판이다
교수대 같은 올무가 곳곳에 놓인
세상을 토막 낼 칼바람이 도사린
목숨 부지가 어려운 곳이다
낟가리 옆에서 노는 아이야
고의적삼에 볏집 두어 뭇 넣고
헤진 남바위라도 쓰고 가거라
2
가다보면 만나야 할 삭풍
칼날 같은 바람이 모래알을 쏘아대면
벗은 몸 내놓고 회초리 맞는
나무들 아래
겨울에 붙들려 쓰러진 자
몇몇은 얼어 죽을 것이다
손끝 발끝에서부터 타고 오는
냉기가 심장에 이르면
가물가물 흐린 눈앞에
하얀
벌판이 뒤집혀질 것이다
깜깜한 정적이 일순一瞬에 내릴 것이다
3
공포는 여기다 놓고 가거라
애젊은 날에 태운
펄펄 끓는 사랑 하나
질화로처럼 안고 가거라
조금씩 몸 녹이며 그 불
다 식기 전에 겨울을 건너거라
길고 긴 겨울
아이야
꺼질듯이 끌고 가는 삶이
차라리 죽음보다 무겁더라도
지금은 넘어야 하느니, 겨울
저 깊은 허공이 앞에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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