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월동준비 1

김주완 2011. 2. 22. 12:52
        월동준비 1 초와 김주완 1 짚신감발은 하였느냐 무명 수건으로 귀와 입을 싸고 덧토시는 끼었느냐 아이야 네가 건너야 할 벌판은 눈보라 치는 얼음판이다 교수대 같은 올무가 곳곳에 놓인 세상을 토막 낼 칼바람이 도사린 목숨 부지가 어려운 곳이다 낟가리 옆에서 노는 아이야 고의적삼에 볏집 두어 뭇 넣고 헤진 남바위라도 쓰고 가거라 2 가다보면 만나야 할 삭풍 칼날 같은 바람이 모래알을 쏘아대면 벗은 몸 내놓고 회초리 맞는 나무들 아래 겨울에 붙들려 쓰러진 자 몇몇은 얼어 죽을 것이다 손끝 발끝에서부터 타고 오는 냉기가 심장에 이르면 가물가물 흐린 눈앞에 하얀 벌판이 뒤집혀질 것이다 깜깜한 정적이 일순一瞬에 내릴 것이다 3 공포는 여기다 놓고 가거라 애젊은 날에 태운 펄펄 끓는 사랑 하나 질화로처럼 안고 가거라 조금씩 몸 녹이며 그 불 다 식기 전에 겨울을 건너거라 길고 긴 겨울 아이야 꺼질듯이 끌고 가는 삶이 차라리 죽음보다 무겁더라도 지금은 넘어야 하느니, 겨울 저 깊은 허공이 앞에 있기에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박상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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