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1 초와 김주완 가슴 저리게 긴 봄날 붉은 치맛자락 살포시 여미며 물오른 아랫도리 농염하게 비틀며 나부댔다 초록 숲 아무데나 선연한 미소 지천으로 뿌려대던 만록총중의 홍일점* 그년 불붙은 화냥기 봄부터 서성이며 동네방네 시퍼런 사내들 다 후렸다 온 몸 달구던 한여름 땡볕 속으로 속으로 빨아들여 염낭 같은 아랫배 불러오자 입술 앙다물며 익는 몸 도사렸다 눈물겹게 얼굴 하얀 배내 것들, 그때 투명한 양막 속에서 토실토실 몽롱하게 살 오르고 있었겠지 때 되어 부는 색바람에 가까웠던 것들 서둘러 떠나고 혼자 남은 그년 파리한 얼굴에 잔뜩 묻은 혼곤, 만삭의 뱃가죽으로 터실터실 실주름이 잡혀갔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산등성이 길 가붓한 억새꽃만 나부끼고 있었다 지친 그년 스스로 몸 터트려 붉은 속 열어놓고 ‘먹어라, 먹어라’ 먹히고 싶어 반짝이는 눈알같이 함초롬히 젖어있는 석류알들 한입 가득 머금었다가 와르르 쏟아낼 것 같은 달고 신 유리체액琉璃體液 군침 돌아 우물거리는 실속 없는 잡것들의 헛입질 * 萬綠叢中紅一點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송대의 문장가이자 학자인 왕안석(王安石)의 석류시(石榴詩) 중의 한 구절 <온통 푸른 숲 가운데 빨간 꽃이 한 송이 있다>는 석류에 대한 비유적 표현 |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박상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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