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석류1

김주완 2011. 2. 22. 12:36

석류 1 
                                    초와   김주완
가슴 저리게 긴 봄날 
붉은 치맛자락 살포시 여미며 
물오른 아랫도리 농염하게 비틀며 
나부댔다 
초록 숲 아무데나 선연한 미소 
지천으로 뿌려대던 
만록총중의 홍일점* 
그년 불붙은 화냥기 
봄부터 서성이며 동네방네 
시퍼런 사내들 다 후렸다 
온 몸 달구던 한여름 땡볕 
속으로 속으로 빨아들여 
염낭 같은 아랫배 불러오자 
입술 앙다물며 익는 몸 도사렸다 
눈물겹게 얼굴 하얀 배내 것들, 그때 
투명한 양막 속에서 
토실토실 몽롱하게 살 오르고 있었겠지 
때 되어 부는 색바람에 
가까웠던 것들 서둘러 떠나고 
혼자 남은 그년 
파리한 얼굴에 잔뜩 묻은 혼곤, 
만삭의 뱃가죽으로 
터실터실 실주름이 잡혀갔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산등성이 길 
가붓한 억새꽃만 나부끼고 있었다 
지친 그년 
스스로 몸 터트려 붉은 속 열어놓고 
‘먹어라, 먹어라’ 
먹히고 싶어 반짝이는 눈알같이 
함초롬히 젖어있는 석류알들 
한입 가득 머금었다가 와르르 
쏟아낼 것 같은 달고 신 유리체액琉璃體液 
군침 돌아 우물거리는 
실속 없는 잡것들의 헛입질 
* 萬綠叢中紅一點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송대의 문장가이자 학자인 왕안석(王安石)의 
                           석류시(石榴詩) 중의 한 구절 
                          <온통 푸른 숲 가운데 빨간 꽃이 한 송이 있다>는 
                           석류에 대한 비유적 표현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박상호 원글보기
메모 :

'시 · 시 해설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구름국화  (0) 2011.02.22
[스크랩] 석류2  (0) 2011.02.22
[스크랩] 구절초  (0) 2011.02.22
[스크랩] 가을볕  (0) 2011.02.22
[스크랩] 가을바람  (0)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