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집 3 _ 은자의 집 / 김주완 [2011.05.17.]

김주완 2011. 5. 17. 19:25

[시]


     집 3 / 김주완

        ― 은자의 집


울타리가 없어도 바깥 소리가 넘어오지 않는다

드나드는 사립짝이 없어도 도둑 하나 들지 않는다

사방팔방 어느 쪽도 이 집을 찾아오는 길이 없다

지도에도 없는 지상의 섬, 완벽한 두절이다


그래도

채전엔 푸성귀가 자라고

우물가엔 갖가지 꽃들이 핀다

간혹

엷은 장밋빛 갈색의 얼굴을 가진

비비새가 와서 저 혼자 놀다가 간다

비 오지 않아도 비비비 울고 간다


없는 듯이 있는 집주인

외롭거나 적막하면 은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