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출신 문인 작품집 '봄날의 계단...' 펴내
세계적 영화감독 이창동을 비롯, 문인수 이하석 송재학 이인화…
주목받는 시인 작가들 많아 시, 소설, 수필, 문학 청년기 체험 등 수록
아름다운 봄을 맞아 53년 역사를 가진 대구고등학교가 이어온 문기(文氣)의 전통이 봄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문인수 이하석 이창동 송재학 이인화(본명 류철균) 등 대구고 출신 문학인들이 모여 『봄날의 계단에서 그리움에 젖다』라는 책을 발간한 것.
이 책에는 대구고를 나온 시인, 소설가 등 문인들과 계단문학동인회에서 활동한 동문 등 40명이 필진으로 참여해 시, 시조, 한시, 단편소설, 미니픽션,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70여편이 수록됐으며 문학을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의 아름답고도 슬픈 추억의 글을 담았다.
동문 문인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엮고 보니 종합문예지 같은 중량감이 느껴진다.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한 문인수 시인,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한 이하석 시인,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송재학 시인,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주목받는 전 문화부 장관 출신 이창동 감독이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작가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이창동 감독도 ‘계단문학동인회’ 일원으로 대구고 교정에서 청년기부터 문학적 감수성과 예술혼을 키웠다.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종섭 시인, 소설문학으로 등단한 이채형,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이상규 시인,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세웅 시인, 현대문학으로 등단하고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오정국 시인 등 문단에서 촉망받는 중진과 중견 문인들의 이름도 보인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단편 소설보다 짧은 분량의 미니픽션을 쓰는 한학자이면서 소설가인 서지원 동문의 초단편 소설을 비롯해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지난해 한국시조 작품상을 수상한 이종문 시인의 재미있는 사설시조, 세계문학상 시조대상을 수상한 김낙기 시인의 절도와 품위가 돋보이는 시조, 강진수 영남이공대 교수의 한시(漢詩) 등 독특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대구시 남부청 교육감을 지낸 손병현 시인을 비롯해 이문진 김주완 이용수 정광섭 이유환 권세홍 이동백 김호진 임명수 박종렬 서진국 김상윤 김종갑 허상현 노기준 박상봉 윤성근 서담(본명 서영환) 김재덕 정훈철 여정(본명 박택수)의 시와 윤용섭 김헌택 김상수의 수필 등을 실었다.
또 이 책은 문인수 이하석 김주완 이종문 박상봉 시인과 소설가 이인화 등이 쓴 계단문학동인회 시절의 추억 등 문학청년기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입담들이 눈길을 끈다.
문인들이 털어놓는 문학청년 시절에 겪은 에피소드, 스승에 대한 추억과 선후배 간의 교우관계, 그리고 대구지역 문학의 요람 역할을 한 YMCA와 시민회관, 이쁜 여학생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연애시 같은 걸 쓰면서 제 멋대로 심각해하고 고민하고 우울해하던 젊은 날의 풍경은 독자들로 하여금 추억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문인수 시인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시와 고등학교 시절 학원지에 발표한 시를 소개하고 학생문예지 학원, 대구 매일신문 학생문예란에 투고 했던 일, 경주 신라문화제 백일장에 참가했던 일을 추억하였다. 이하석 시인도 사춘기적 감성이 넘쳐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발표한 시들을 가감없이 수록하였고 YMCA 복도에서 시화전을 가졌던 일, 향촌동 골목과 반월당 언저리, YMCA 주변의 골목에서 선배를 따라 마시던 술맛을 씁쓸하게 기억해냈다.
김주완 시인은 고등학교시절 계단문학동인회가 구성된 배경과 선후배간의 교우관계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해냈다. 또 신라문화제 백일장에 참가하러 갔다가 막걸리를 마시고 술집 작부의 젖가슴 맨살을 만져본 악동 시절의 에피소드를 남겼다. 이종문 시인은 고등학교시절 은사인 오리선생을 추억하고 박상봉 시인은 잉크냄새를 맡으며 밤새워 계단문집과 교우지 달구를 편집하던 일 등을 추억하고 작가 이인화는 여학생들이 많이 찾아온 시화전 전시회장에서 '머리 박아'를 했던 추억, 염매시장의 막걸리집에서 '클레멘타인'을 불렀던 기억을 되돌아보고 생전에 좋아했던 요절한 선배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이번 책자에는 한국 문단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문인뿐만 아니라 문청시절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펜을 놓지 않은 아마추어 문인들까지 모두 40명이 참여해 70여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문학청년 시절의 추억 이야기를 담았다. 5월 중에 서울과 모교가 있는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책 주문은 시중 서점이나 도서출판 화남(02-3142-4787) 또는 대구고 동창회 (053-622-9580)로 신청하면 된다. 책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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